권익위 제도개선 권고에도 14년째 공회전
배진교 의원 간소화법 발의…심평원 위탁
인수위 디지털플랫폼정부 추진 과제 포함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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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째 표류해온 실손보험 청구 절차 간소화와 관련된 논의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와 정부가 관심을 보이는 만큼 보험업계의 기대가 높아진 상황에서 이번에도 의료계의 반발을 잠재우는 게 관건이 될 전망이다.

18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실손보험 청구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일부개정안이 지난 9일 국회에 발의됐다.

해당 법안은 소비자들이 보험금을 받기 위해 병원에서 일일이 발급받아야 했던 종이 서류를 전산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보험금 청구 업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 위탁해 가입자 대신 병원이 심평원에 진료비 계산서 등 필요한 서류를 보내면 심평원이 이를 보험사에 제출하는 것이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심평원이 보험사에 문서를 보낼 때는 종이 등 비전자적 형태로 전송해야 한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배진교 정의당 국회의원은 "국민의 편의를 높이면서도 개인의 의료정보를 지키고 과도한 정보가 민간 보험회사로 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의 핵심이자 원칙”이라며 “법안의 취지는 공공기관인 심평원의 관리하에 보험청구에 필요한 서류만 전달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보험금 청구를 위해서는 가입자가 병원에서 진단서와 영수증 등을 종이 서류 형태로 발급받아 보험사에 제출해야 한다. 최근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통해 간편 청구하는 방식이 생겼지만 각각의 서류를 발급받아야 하는 것은 동일해 큰 차이는 없다. 절차가 번거롭기 때문에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금융소비자연맹 등 소비자단체가 실손보험가입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47.2%가 보험금 청구를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가입자들은 보험금 청구를 포기한 이유로 '보험사에 제출할 서류를 못챙겼는데 다시 병원을 방문할 시간이 없어서'(46.6%), '증빙서류를 보내는 것이 귀찮아서'(23.5%) 등을 꼽았다.

청구절차 간소화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는 크다. 대통령직인수위가 지난달 14개 생활밀착형 과제의 우선 시행순위를 조사한 결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4323명 중 2003명(5개 항목 복수응답) 선택을 받아 1위로 꼽혔다. 

한국의 보험금 청구 시스템은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의 제도개선 권고 이후에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그동안 관련 법안의 발의는 계속 있었으나 의료계의 반발로 무산됐다. 의료계는 실손보험 청구를 전산화하면 환자의 의료기록이 유출되거나 악용될 수 있다며 이를 반대한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진료비 청구 간소화는 개인의료정보가 민간 보험사에 축적되고 데이터베이스화됨으로 의료기관이 민간보험사의 하위 계약자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며 "보험사는 이를 보험금 지급거절이나 갱신시 보험료 인상 등의 자료로 활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험업계는 보험금 청구 절차가 간편해지고 수령기간이 단축되는 등 장점이 더 크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과잉 진료로 인한 보험금 누수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배 의원의 개정안 발의와 더불어 이달 초 윤석열 정부의 디지털플랫폼정부 추진 방향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며 업계의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비용절감과 더불어 가입자의 편의와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가 필요하다”며 “10년 넘게 공회전을 반복하고 있는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가 이번에는 실현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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