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자산운용, 대표 배우자가 주주인 회사에 펀드 설정
자본시장법 84조 이해관계자 거래제한 범위에 배우자 포함
6개월 전 체결·회사에 유리한 거래라 예외 조항 해당될 수도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사진=메리츠자산운용]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사진=메리츠자산운용]

주식 시장에서 '동학개미운동'을 이끌었던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의 불법 투자 의혹에 대해 금융당국이 조사 중이다. 그의 지인이 운영하고 배우자가 주주로 있는 회사에 메리츠자산운용이 투자한 점이 '이해충돌'에 해당하는지가 핵심이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7일까지 메리츠자산운용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했다. 이는 정기검사가 아닌 특정 사건을 대상으로 하는 '수시 검사'로, '메리츠자산운용이 회사 대표의 아내가 주주로 있는 회사의 펀드에 투자해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제보를 받고 검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존 리 대표의 배우자 A씨는 2016년 지인이 설립한 부동산 관련 온라인 투자 연계 금융(P2P) 업체 P사에 2억 원(지분 6.57%)을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메리츠자산운용은 2018년 ‘메리츠 마켓플레이스 랜딩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펀드를 설정한 뒤 설정액 60억원 모두를 P사의 부동산 P2P 상품에 투자했다.

금감원은 해당 투자가 이해관계 충돌에 해당하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쟁점은 운용사 대표의 지인이 운영하고 배우자가 주주로 있는 회사의 상품에 자사 펀드를 통해 투자한 점이 ▲사익 추구에 해당하는지 ▲이해관계자와의 거래인지 여부로 요약된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44조는 금융투자업자가 특정 투자자와 다른 투자자간의 이해상충을 방지하기 위해 이해상충이 발생할 가능성을 파악해 평가하고, 내부통제기준이 정하는 방법 및 절차에 따라 관리하도록 했다. 

또 이해상충이 발생할 가능성을 파악·평가한 결과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그 사실을 미리 해당 투자자에게 알려야 하며, 이를 내부통제기준이 정하는 방법 및 절차에 따라 투자자 보호에 문제가 없는 수준으로 낮춘 후 매매 등의 거래를 해야한다. 이해상충 발생 가능성을 낮추는 것이 곤란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매매나 그 밖의 거래를 해선 안된다는 규정도 있다.

자본시장법 84조는 펀드 상품을 운용하는 집합투자업자(자산운용사 등)는 펀드를 운용할 때 이해관계인과 거래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법 시행령에서 정한 이해관계인은 펀드운용사 임직원과 배우자, 펀드운용사 대주주와 그 배우자, 펀드회사 계열사 및 계열사 임직원, 그 배우자 등이다.

A씨는 이해관계자에 해당하는 만큼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자본시장법에 규정된 이해관계인과 거래를 허용하는 예외 조항에 해당할 가능성도 있다.

자본시장법은 ▲이해관계인이 되기 6개월 이전에 체결한 계약에 따른 거래 ▲증권시장 등 불특정다수인이 참여하는 공개시장을 통한 거래 ▲일반적인 거래 조건에 비추어 집합투자기구에 유리한 거래 등을 위법성 조각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A씨가 P사에 투자한 시점이 메리츠자산운용의 투자 시점보다 2년 앞서는 데다, 메리츠자산운용이 운용한 펀드수익률이 연 12% 수준으로 회사에 유리한 거래라는 점에서 위법성 조각 사유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통상적으로 자산운용업계가 임직원의 모든 주식 거래를 사전에 신고하도록 하는 등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사적 투자를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내부통제 규정을 위반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금융권에서는 검찰 출신인 이복현 금감원장이 취임식에서 ‘불공정 거래 행위 근절’과 ‘시장 질서에 대한 신뢰 제고’를 강조한 만큼, 존 리 대표의 위법 행위가 확인될 경우 엄중한 제재가 가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날 은행장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난 이 원장은 이와 관련해 “(의혹을) 점검했고, (직접) 한 번 살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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