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백화점에서 고객들이 행사 매대에 올라온 명품백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퍼블릭뉴스]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 고객들이 행사 매대에 올라온 명품백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퍼블릭뉴스]

콧대 높던 명품 브랜드 '아가'들이 백화점 할인 매대에 올라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 백만원에 호가하는 명품백을 사기 위한 명품관 앞 오픈런이 외신에도 실릴 정도였지만, 언제 그랬냐는듯 사그라들었다. 이 가방들은 한 때 누군가가 팔목에 걸고 싶어 하던 '목표'였겠지만, 행사장 매대에 진열된 순간부터 그 매력이 떨어졌다. 업계는 이 모든 현상의 원인을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라고 지목한다.

지난 14일 서울의 한 백화점 행사존은 여느때와 달리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 곳 지하 1층 행사장은 매주 각기 다양한 행사로 사람들이 북적이던 곳인데, 주말임에도 조용했다. 행사장 천장에는 '해외명품대전 UP TO 60%'가 적힌 광고판이 달려 있었다. 

광고판 아래엔 프라다, 구찌, 입생로랑, 보테가베네타, 발렌시아가 등 인기있는 유명 브랜드 가방이 진열됐다. 그 중에는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가방도 다수 있었다. 이 가방들은 최대 60%까지 할인 판매됐다. 가방을 소개하는 셀러들은 명품 브랜드에서 전문 교육을 받은 직원이 아닌, 일일 알바로 추정되는 분들이었다.

비싼 가방을 반값 이상 할인한다니 구경하는 이들은 종종 있었으나, 구매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매대를 지나가는 한 커플은 "저렇게 있으니까 명품같지 않다", "맞다. 아울렛 특가 상품같다" 등의 말을 주고 받았다. 기자를 포함해 그 곳을 지나는 대부분의 고객이 비슷한 생각을 했으리라 싶다.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 고객들이 행사 매대에 올라온 명품백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퍼블릭뉴스]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 고객들이 행사 매대에 올라온 명품백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퍼블릭뉴스]

이후 18일부터는 백화점 명품 할인 행사 기사가 쏟아졌다. 값비싼 명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하라는 홍보 내용이다. 일 년에 몇 번 씩 가격을 올리던 때가 무색할 정도다. 최근에는 명품 리셀 가격 하락 소식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유일하게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만이 백화점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보복소비가 이어지면 이어지는대로, 끝나면 끝나는대로 그들은 그들이 추구하는 품위와 가치를 지켰다.

업계는 이들 명품 브랜드들의 인기가 줄어든 이유에 대해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인한 소비의 다양성'이라고 분석한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 너도나도 해외여행을 다니고 면세점 쇼핑을 즐겼는데, 여기에 제한이 생기면서 침체된 소비 욕구가 명품, 스몰 플렉스 등으로 표출됐다. 이후 거리두기 해제, 하늘길 오픈으로 소비자들의 지갑은 여행과 맛집 투어 등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백화점도 이 사실을 잘 안다. 이에 명품을 통한 막바지 매출 끌어 올리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그 방식은 콧대 높은 브랜드 가치가 순식간에 하락하는 역효과를 불러왔다. 명품은 애당초 실용성보다는 희소성과 욕망에 따라 매겨지는 가치도 상당하다. '합리적 가격의 명품'이라는 홍보 문구 자체가 어불성설처럼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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