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고현솔 기자
고현솔 기자

최근 몇년 간 대한민국은 대출공화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이어진 금융당국의 저금리 기조는 개인에게 대출을 권했고 당시 대출을 안하면 손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는 '영끌', '빚투' 열풍까지 불며 너도 나도 대출을 받았다. 금융의 디지털화로 인해 비대면 대출의 문이 활짝 열리자 대출은 더욱 쉬워졌다. 그 결과, 역대 최대 규모로 불어난 가계부채는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자리잡았다.

엔데믹과 함께 대출공화국의 끝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통화정책 정상화 의지를 밝히고 코로나19로 인해 낮췄던 기준금리를 올리면서다. 지난 26일 한은은 지난달 연 1.5%로 올렸던 기준금리를 한 달 만에 1.75%로 올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시장의 연말 기준금리 2.0~2.5% 전망에 대해 "합리적인 기대"라며 물가 대응을 위한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시사한 상태다.

문제는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서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한은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p 오르면 전체 가계의 연 이자부담은 약 3조 3000억원 늘어난다. 지난해 8월 이후 기준금리가 다섯 차례에 걸쳐 1.25%p 높아지는 동안 이자 부담 규모는 16조 5000억원이 불어난 셈이다. 이 총재가 기준금리 추가인상을 시사한 만큼 차주들이 짊어질 이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빚이 많은 취약계층과 중장년층에 비해 소득이 적은 2030 차주들의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적용받는 취약 차주일수록 금리 변화에 민감해 부담은 더욱 커지기 마련이다. 한은에 따르면 저소득·저신용 계층에 속하면서 다중채무자인 차주의 평균 DSR은 64.8%에 달한다. 연소득의 약 3분의 2를 원리금 상환에 사용한다는 말로 소득 대부분을 빚을 갚는데 쓰는 상황에서 수차례 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은 가계에 직격탄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물가 대응과 대내외적 상황으로 인해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면 정책적 과제는 이로 인한 충격을 줄여줄 방안을 마련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취약차주의 부실화된 대출은 사회의 금융안정을 저해해 결국 우리 모두가 짊어져야 하는 짐이 되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에 따른 차주들의 이자부담을 완화하고 대출 부실을 최소화할 대안이 필요하다.

개인의 빚을 모두 국가가 책임지라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정부가 이에 대한 예방책과 대안은 마련해줄 수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어떤 정책을 운영하느냐에 따라 '빚 권하던 사회'의 끝이 결정된다. '시한폭탄'을 터트리지 않고 해체할 수 있도록, 세심하고 정교한 위기관리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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