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사기·돌려막기 혐의 병합…징역 줄고 벌금 늘어
재판부 "심각한 피해·고통 야기하고 사회적 신뢰 침해"
피해자 대책위 "처벌 관대…금융·정치권도 수사해야"

서울고등법원. [사진=서울고등법원]
서울고등법원. [사진=서울고등법원]

1조 6000억원대의 금융 피해를 야기한 이른바 '라임자산운용(이하 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인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이 항소심에서 원심보다 가벼운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함께 기소된 원종준 전 대표와 마케팅본부장이었던 이 모씨는 1심 선고가 유지됐다.

23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최수환 정현미 김진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수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부사장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0년과 벌금 48억원을 선고했다. 이와 더불어 약 18억 1773만여원의 추징금도 명령했다. 

항소심에서는 1심에서 두 건으로 나눠 진행됐던 '돌려막기' 혐의와 '펀드 사기판매' 혐의가 병합돼 심리가 진행됐다. 이 전 부사장은 1심에서 각각의 혐의로 징역 15년과 벌금 40억원, 징역 10년과 벌금 3억원을 선고받았다. 1심보다 징역형이 가벼워지고 벌금이 늘어난 셈이다.

재판부는 "금융회사 임직원들이 직무 집행에 있어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은 중요한 공익에 해당한다"며 "그런데 이 전 부사장은 수천억원을 투자하고 대부분을 회수하지 못해 라임은 물론 투자자들에게 실질적이고 심각한 피해와 고통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전 부사장은) 금융회사의 업무의 투명성과 공정성 및 이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현저하게 침해한 이른바 라임사태의 주역"이라면서도 "다만 일부 수재 범행을 인정하고 라임 사태와 관련해 사회적 혼란을 일으킨 부분에 대해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일부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전 부사장과 함께 기소된 원 전 대표와 마케팅본부장이었던 이 모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로써 원 전 대표와 이모 씨는 각각 원심이 구형한 징역 3년과 벌금 3억원,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과 벌금 1억원이 유지됐다. 

해당 사건이 야기한 개인적, 사회적 피해가 적지 않으나 펀드 판매가 이 전 부사장의 주도로 이뤄진데다 이 모씨의 경우 후선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장으로써 소극적, 제한적으로 범행에 가담한 점을 고려할 때 원심의 판결이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정구집 라임펀드 피해자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재판 직후 <퍼블릭뉴스>와의 통화에서 "1조가 넘는 피해와 수천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는데 20년형은 터무니없이 가볍다"며 "우리나라가 대형 금융범죄자들, 사기꾼들에 대해 좀 관대한 것 같은데, 이런 식이면 잠재적 금융범죄자들에게 용기를 주는 꼴밖에 안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전 부사장은 바지사장 정도로, 천문학적인 돈을 모으고 펀드를 설계했던 금융권과 정치권의 숨어있는 실체에 대해서는 처벌도 수사도 없이 미봉책에 그쳤다"며 "이러한 부분을 파헤쳐야 라임 사태의 진실이 밝혀지고 자연스럽게 피해 보상이 진행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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