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섭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연구위원

(사진=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사진=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2006년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시·도교육감을 주민 직선으로 선출하게 되었다. 교육자치제도는 특별시와 광역시‧도의 광역 자치단체가 교육에 대한 자치적인 결정권한을 갖고 있는 방식이다. 교육위원회에서는 각 시‧도의 교육행정을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으며 교육에 관한 주요 사항을 심의‧의결할 수 있는 의결기능도 갖는다. 교육에 대한 조례, 예산과 결산 등은 지방의회 의결을 거쳐 시행되기도 한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43조에 ‘교육감은 주민의 보통·평등·비밀선거에 따라 선출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것을 근거로 시작된 교육감 직선제는 과거 간선제와 달리 주민이 직접 교육감을 선출한다. 현행 교육감은 4년을 임기로 최대 3회까지 가능하다. 교육자치의 강화로 시·도교육청의 역할과 행보는 더욱 주목받고 있다. 과거에 교육청은 교육부의 하위 기관으로 기능하면서 별도의 정책을 기획할 수 있는 공간이 넓지 않았지만, 주민직선 교육감제도의 도입 이후에 공약이 많아졌고, 자연스럽게 자치사무에 대한 기획을 많이 하게 되었다. 국가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라고 해도, 지역의 특색에 맞게 나름 정책을 재구성하기도 한다. 동일한 권한을 지닌 17개의 시도교육감이 정책을 추진하지만, 현장의 평가도 다르고, 정책의 색깔과 빛깔이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교육청의 역할이 강화된 만큼 교육청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인사는 매우 중요해진다. 아무리 뛰어난 교육감이 당선이 되어도 교육청에서 일하는 전문직원이나 일반직원의 역량이 그대로라면, 공약과 정책은 공회전할 가능성이 크다.

시‧도교육청에서 교육 정책의 한 축을 맡고 있고, 교육과정을 주도하는 이들은 교육전문직원이다. 교육청은 다른 행정기관과는 전혀 다른 직위 상 특수성을 지닌다. 행정기관 직원은 주로 행정과 조직·인사를 전공한 이들인데, 교육전문직은 현장교원들이 전직(前職)하여 구성된다. 이들을 장학사‧장학관‧연구사‧연구관으로 칭한다.2 교육전문직은 시‧도교육청 내 기관에 근무하며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전국 시·도교육청에 4,000명 이상 재직 중이다.3 교육전문직이 되려면 교원이 별도의 시험이나 과정을 통해 전직(前職)4하는 경로를 밟아야 한다. 장학사(교육연구사)는 필기시험과 면접시험을 거치며, 장학관(연구관)은 서류전형과 면접시험을 거쳐야 한다.5 시험에 관한 모든 것은 시·도교육청이 자체 필요성에 의해 결정6하며, 최근 들어 17개 시·도교육청의 교육전문직 시험은 창의적이고 지역 특색에 맞게 변경되는 추세이다.

교육전문직은 실제로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주로 장학, 행정, 예산, 기획 등 교육정책 전반을 아우르는 총체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명확한 규정이나 관련 법규는 거의 없다. 교육자치 시대에 교육전문직의 직무와 역량의 중요성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연구 또한 많지 않다. 가령 직무에 대한 명확한 분석을 시·도마다 내놓지도 않았으며, 역량에 대한 총체적인 정의도 없다. 때문에 불가피하게 교육청 내 일반행정직과 여러 면에서 비교되거나, 업무상 갈등을 빚는 사례도 존재한다. 일반행정직은 회계, 감사, 행정, 조직, 법제 등 고유의 영역이 비교적 명확하게 제시된 반면 교육전문직원은 교육과정과 장학이라는 두루뭉술한 포괄적 속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정책 연구에서는 교육전문직 선발제도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다룬 연구가 일부 있지만, 주로 선발이라는 기능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작 교육전문직이 어떤 역량을 가져야 하는지는 밝히고 있지 못하다. 가령, 교육전문직이 학교 장학의 기능을 담당하는 역량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면, 선발 정책에 있어 교육과정과 수업이 초점이 되어야 한다. 행정 역량이 초점이라면 기획의 기능에 한정하여 초점을 맞춰 선발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교육전문직의 선발체제는 직무와 역량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고, 체계성도 떨어진다. 교육자치 강화로 교육전문직의 역할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교육전문직의 직무역량에 대한 논의는 학술적으로 연구된 적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시기적으로 직선제 교육감 시대의 도래와 교육자치제의 활성화를 맞이하여 교육전문직의 직무가 무엇인지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특히, 혁신교육의 출발과 더불어 교육혁신의 흐름에 따라 교육정책을 생산하고 실행하는 역량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역할의 중요도에 비추어 교육전문직에게 어떠한 직무·역량이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즉, 교육 자치와 지방자치 시대에 대비하여 가장 중심적인 역할이 될 교육전문직의 직무와 역량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와 같이 교육전문직이라는 명칭의 사용과 교육연구관 및 교육연구사 제도의 도입은 1963년 12월 5일 「교육공무원법」 개정을 통해 이루어졌다. 당시 「교육공무원법」에서는 교육전문직이라는 명칭만 제시하였다. 교육공무원 임용령에서 교육전문직의 자격을 규정하고 있다.7 교육전문직은 교사와 동일하게 특정직으로 2011년까지 기존 교원과 같은 국가직 공무원 신분을 유지하다 2011년부터 지방직 공무원으로 변경되었다. 직선제 시‧도교육감이 나오면서 교육부 중심의 중앙정부에서 통제하던 정원 증원이나 선발 방식에서 벗어나 시‧도 자체적으로 증원과 선발방식의 다변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총액인건비제에 의해 일반행정직 6급8에 준하는 장학사·교육연구사나, 5급-3급에 준하는 장학관·교육연구관의 증원은 시·도교육감의 의지가 있지 않다면 쉽지 않은 상황이다.9 일부 시·도교육청에서는 일반행정직과 교육전문직원 두 축을 모두 증원하면서 교육전문직원을 늘리는 방법을 쓰기도 했지만, 현장의 시선은 곱지 않다. 사람이 늘어나면 일을 만들어내는 교육청의 속성상, 조직 비대화가 학교를 더욱 힘들게 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장의 우려와 함께, 전문직의 증원에 대해서는 일반직원들도 좋아하지 않고, 실제 조직 관리를 일반직원이 맡고 있는 만큼 내부적으로 추진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교육전문직의 개념과 범위는 「교육공무원법」 제2조에 명시되어있다. 동법 9장에는 ‘교육감 소속 교육전문직’을 명시하고 있어 교육감과 중앙정부에 속해 있는 교육전문직을 구분하였다.10 쉽게 정의하면 교육전문직은 교육부와 시‧도교육감에 속해 있는 장학관‧교육연구관‧장학사‧교육연구사를 말한다. 교육부에서는 교육연구사와 교육연구관으로만 불리는 반면 시‧도교육청에서는 직속기관인 연구원에 근무하면 교육연구사‧교육연구관으로 부르고, 지역교육지원청이나 본청에 근무하면 장학사‧장학관이라 부르고 있다. 별도의 전형(또는 전문전형)으로 교육연구사를 뽑는 지역이나 시기도 있으나, 대체로 교육연구사‧장학사를 통합해서 하나의 전형으로 선발하고 있는 것도 특징 중 하나이다. 장학사(교육연구사)는 일반적으로 교사에서 선발하고 있으나, 17개 시‧도교육청 중 일부는 교감 장학사(교육연구사)를 별도로 선발하고 있다.11

교육전문직은 상위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데, 교사 출신 장학사는 의무근속연수 5년 과정12 중 교감자격증을 받아 교감이 될 수 있으며, 교감 출신 장학사는 근속연수 3년 이상을 채운 뒤 교장자격증을 받으면 교장으로 전직할 수 있다. 2014년까지 교사가 장학관이 될 수 있는 길이 있었으나, 2014년 교육공무원 임용령이 개정되면서 현재는 박사학위를 소지한 교사만이 장학관이 될 수 있다.13 이러한 규정은 추후 변화될 가능성이 있다.14 교육전문직의 약 50%는 178개의 지역 단위 교육지원청에 근무하고 있으며, 시·도교육청에 근무하는 교육전문직은 30%이다. 그 외 교육부나 시·도교육청의 산하 기관에 근무하는 교육전문직은 대략 20%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대다수의 교육전문직은 시·도교육청 및 시·도교육청 산하 교육지원청에서 근무하고 있다.

교육자치 이후 시·도교육청에서는 수많은 혁신교육정책을 발표하였다. 무상급식, 학생인권조례, 혁신학교, 혁신교육지구, 마을교육공동체 등 교육자치에서 탄생한 수많은 정책들이 시·도교육청에서 시작하여 17개 시·도교육청 및 교육부, 국가교육회의까지 확장되고 있다. 이런 성공의 밑바탕에 장학사, 장학관, 교육장을 포함한 교육전문직원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시·도교육청의 지방행정 분야에서 일반행정직도 많은 역할을 하고 있으나,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가 깊은 교사 출신 교육전문직원은 인사, 예산, 정책, 감사, 행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교육자치가 강화되는 2009년 이후, 시·도교육청이 자체적으로 정책을 생산해 내는 데 있어서 교육전문직원 역량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2011년부터 교육전문직원의 신분이 국가직에서 지방직 공무원으로 전환됨에 따라 시·도교육감의 재량은 더욱 커졌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금까지 교육전문직원 제도는 그 중요성에 맞는 정책적 관심을 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다만 교육전문직원 선발에 관해서는 대다수 시·도교육청이 매년 여러 가지 상황을 감안하여 조금씩 개선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그 역시 체계적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은 미진하고 기능적이거나 정무적인 판단으로 접근하려는 한계가 있다. 보통 교육부는 파급력이 강한 정책을 도입하고자 할 때 자체적으로, 또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나 한국교육개발원 등의 국책 연구기관을 통해 정책연구를 실시하여 정책을 사전에 검증한다. 국가직 공무원일 때 교육전문직원에 대한 연구는 일부 있었지만, 교육전문직원이 지방직 공무원이 되고 교육자치가 심화된 2011년 이후에는 교육전문직원과 관련한 연구는 소수에 불과하다. 시·도교육청에서도 일부 연구가 있었지만 대부분은 선발방식 등 미시적인 측면에서 제한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더군다나 교육전문직원의 역량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시·도교육청 수준에서 교육전문직원의 역량에 대해 정의한 것은 경기도교육청이 2017년 역량평가에 대해 예고한 후 2018년에 실시한 연구가 최초이다. 그나마 강원도교육청을 포함한 일부 시·도교육청에서 교육전문직원의 역량에 대한 연구를 실시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어서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현실이 이러한 탓에, 응당 교육전문직원의 직무에 대한 평가도 체계적이지 않고, 그와 관련된 연수체계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대부분 시·도교육청의 교육전문직원 연수는 일회적인데 이마저도 없거나 느슨하다. 이렇게 교육전문직원의 직무와 역량에 대해서 관심도가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교육전문직원의 교육청 근무 기간이 다소 짧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일반행정직은 교육청에 발령됨과 동시에 10-20년 정도를 해당 교육청에서 근속하기 때문에 업무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인적 네트워크가 상당한 편이다. 반면에, 교육전문직원은 한 부서에서 2-3년 정도 일하다가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나거나, 교감·교장으로 전직 및 승진이 되어 학교로 돌아간다. 이런 시스템 내에서 교육전문직원이 교육청 업무의 전반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기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교육자치가 점차 강화되는 추세에서 학교지원 정책 기능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거시적이고 연속성 있는 정책 흐름을 이해하는 교육전문직원 양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게다가 한 명의 교육전문직원을 바라보는 여러 교육주체(학생, 교원, 학부모, 지역사회)의 숫자가 수백 명에 달하므로, 교육전문직원 한 사람이 갖는 대표성과 상징성도 매우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육전문직원의 선발 및 연수 시스템은 교육청의 이미지 생산과도 직결된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더라도, 교육전문직원 한 명의 저조한 성과나 일탈이 교육자치에 대한 불신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교육전문직원에 대해서는 선발에 관심을 기울였을 뿐 좋은 정책가 내지는 행정가로 성장시키는 구조를 갖지 못했다. 그나마 어느 정도 업무에 숙련도가 높아질 즈음에 교감으로 발령이 나 행정 경력이 단절되는 현상이 심화되었다. 장학관이나 교육장도 마찬가지이다. 2-3년의 짧은 기간 안에 교장 또는 교육장으로 발령이 나 정책의 연속성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장학사부터 장학관까지 1-2년을 기준으로 계속 맡은 업무가 바뀌는 상황은 누군가에게는 영광스러운 자리로 전직했다는 자부심을 갖게 하지만, 업무에 숙련이 될 즈음에 연쇄 이동을 하게 되면서 전문성 축적을 어렵게 만든다. 이는 전문직원이 전문성을 갖지 못했다는 비판을 현장으로부터 받는 절대적인 이유이다.

이제는 교육전문직원의 역량과 직무역할에 대한 연구를 통해 학교현장에 필요한 교육전문직원의 역량에 대한 고민을 할 시점이라 판단된다. 2019년을 기준으로 서울시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은 장학사·교육연구사를 선발한 후 3개월의 연수과정을 거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바람직한 조치라고 판단된다.

지금까지 교육전문직원은 그 역할과 기능에 비해서 주목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는 다양한 원인이 내재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교육전문직원이 교육자치 이전의 법·제도 틀 안의 영역에 한정되어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2010년 이후부터는 교육전문직원에 대해서는 시·도교육감의 재량권이 커져 기존 학교 관리 기능에서 벗어난 정책의 주체로서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중앙정부 차원의 정책에만 의존하던 시대가 끝나감에 따라 시·도교육청의 상황에 맞는 정책개발에서 교육전문직원의 역할과 위상은 과거와는 사뭇 달라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례로 경기도교육청은 교육자치·학교자치와 지방분권의 차원에서 혁신을 이끌어 갈 수 있는 교육전문직원을 만들어 내기 위해 교육전문직원 인사 제도를 개선해나가고 있다. 교육전문직원의 선발, 임용, 배치, 활용의 단계에서 혁신 주체로서의 교육전문직원을 선발하고 양성할 수 있는 정책이 만들어지고 있다. 특히 2019년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교육지원청에서 학교폭력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교육전문직원을 선발 및 배치한 것은 교육지원청 및 교육전문직의 역할 변화에 있어서 의미 있는 사안이다. 학교현장에서는 교육전문직원의 근속기간이 길어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있어 왔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러한 고유의 역할을 담당하여 전문성을 발휘하는 교육전문직원이 더 늘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이들을 선발해야 한다. 학교에서 학폭 업무를 맡아보지 않은 이들이 전문직으로 입직해서 학폭 업무를 맡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앞으로 교육지원청은 현장 지원 기능에 대한 요구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고교학점제만 해도 교육지원청이 강사인력풀 확보 등을 구체적으로 지원하지 않으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이를 위해서 전문직원 선발제도에 획기적인 개선이 있어야 한다. 최근 들어 전문 전형이라든지 보직형 전형, 지역형 임욤 트랙 등을 적용하는 교육청이 늘어나고 있는데, 보다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시점에서 시·도교육청에게도 적극적인 준비와 대응이 요구된다. 특정 개인이 교육전문직 시험을 준비하고 개인 역량을 계발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교육전문직원들이 정책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업무를 추진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현재 교육청 내 교육전문직원은 선발에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으나 그 실효성은 미흡하다고 볼 수 있다. 일반직 공무원과 비교해 봤을 때, 제도 운영 전반(전문성 신장 연수)에 새로운 시스템의 도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선발시스템뿐 아니라 연수시스템에 대한 체계적 지원이 필요하다. 어제 교사였던 사람이 몇십 시간의 연수를 받고, 갑자기 현장에 투입되었을 때 주어진 업무를 얼마나 잘 감당할 수 있을까? 전임자가 처리한 공문을 보면서 “전임자 따라 하기”도 버거울 가능성이 크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정책과 사업을 온전히 구상하고 기획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교육전문직원(장학사, 교육연구사) 인턴제도의 활용이 과거 파견교사와 유사한 형태로 활용되어 담당부서의 업무경감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인턴장학사를 수행했던 이들이나 학교 현장에서는 그 평판이 엇갈렸다. 향후 인턴장학사의 기능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도록 재구조화하고, 이를 적절히 활용한다면 좋은 교사에서 좋은 행정가로 탈바꿈 할 수 있는 기회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전문직원들이 교감·교장·교육장으로 나가는 통로 역할만 한다면, 교육청 내 잦은 인사 변동으로 인해 개혁의 역사가 단절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다. 희망하는 이에 한해서라도 교육전문직원을 10년 이상 지속할 수 있는 전문적인 행정트랙을 열어주고 학교현장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계속 근무할 가능성이 있는 이들에게는 교육전문직원(장학사, 교육연구사)역할 수행 시 파견·연수제도를 도입하여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이 체계화된 시스템의 구축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교육전문직원이 교장과 교감으로 나아가는 ‘지름길’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존의 승진형 교장제도를 전면적으로 개편하여 공모만으로 전환한다면, 전문직원으로서 교장공모제만 지원 가능한 방식도 검토할 만하다. 즉, 전문직원이 학교장으로 나아가기 위한, 승진 경로적 관점에서 벗어나서 학교 현장을 지원하는 정책 및 행정 경로적 관점을 지닌 이들이 전문직원으로 들어오는 구조를 중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장학관(교육연구관)·교육장의 경우 인력풀의 확대 및 다양한 선발방식 도입이 필요하다. 기존 장학관(교육연구관)·교육장의 경우 교육전문직원 중심으로 제한적인 인력풀이었다. 결국 그 역할과 기능이 그들만의 리그로 한정되어 있었다.15 이러한 상황은 교육자치의 역할에 대한 학생·학부모·교원의 인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향후 장학관(교육연구관)·교육장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 선발·활용에 대한 지속적인 고민이 있어야 한다. 공모 방식을 적용하되, 지원 자격 풀을 전문직 출신으로 국한하지 말고, 평교사로 넓히되 다각도로 역량을 검증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심사 풀 역시 학부모, 시민사회 관계자, 교원, 학생, 전문가 등으로 넓혀서 다단계로 검증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교육부는 각 교육청에 비해서 전문직원 선발 방식의 경로의존성이 매우 강한 편이다. 행정고시를 붙은 사무관이나 서기관 밑에서 전문직원들이 일을 하는 구조이다 보니, 지원자의 경력도 5년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현장에서 ‘혁신 스토리’를 갖춘 이들이 선발되는 구조인가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특정한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이들을 선발하는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지필고사의 공정성에만 함몰되기보다는 학교에서 어떤 변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고 그 성과는 무엇이었는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동시에 교육청 차원에서 검증받은 인사들이 교육부에 들어가서 일을 하는 구조를 더욱 확보해야 한다. 때로는 교육부의 일부 장학관이나 과장 직급을 평교사까지 문호를 넓혀서 개방형으로 선발하는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교육부가 현장으로부터 유리되어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행정고시 출신이 교육부에서 지나치게 많은 역할을 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현장을 잘 아는 이들이 교육부에서 정책을 기획하고 설계할 수 있는 인적 구조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미 교육에 관한 변화가 시작되었다. 학령인구의 감소, 고교학점제의 도입, 고교체제 개편, 국가교육위원회 신설, 선거 연령 인하 등은 교육정책의 상수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육정책의 방향과 가치에 대한 근원적 고민이 지속되어야 한다. 온전한 지방교육자치를 염원하고 추진해온 시·도교육청은 비로소 중앙정부와는 차별화된 모습을 선보여야 할 때가 도래했다. 이런 상황에서 각 교육청은 앞으로 해소해야 할 과제를 감당할 수 있는 인재들을 선발하고 있고, 기르고 있는가에 대한 구체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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