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시장 (사진=고현솔 기자)
동대문 시장 (사진=고현솔 기자)

지구촌을 덮친 인플레이션으로 전세계가 휘청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인한 공급망 악화로 글로벌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올해 들어 점차 상승 폭을 키워나가던 소비자물가는 지난달 5%를 넘으며 13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사람들은 식탁에 앉을 때마다 이를 깨닫는다. 지난 4월 서울의 김치찌개 평균 가격은 7154원으로 1년 전(6769원)보다 5.7% 상승했다. 식료품과 에너지 등 생필품이 물가 상승을 주도하면서 많은 이들이 울상짓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사람들이 매일 세 번씩 마주하는 '밥상'에까지 침투했다.

물가가 오른다는 건 화폐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갑 속 돈은 그대로인데 필요한 물건의 가격이 자꾸 오르니 돈이 빠져나갈 수 밖에 없다. 인플레이션을 '소리없는 도둑'으로 부르는 이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대체품을 찾는다. 생고기 대신 냉동고기를 장바구니에 담거나 커피를 마실 때 5000원짜리 커피전문점에서 1500원 정도의 저가 브랜드로 갈아타는 등 다른 선택지를 찾는다.

물가는 삶의 질과도 연결된다. 많은 이들은 물가가 오르면 모임에 참석하지 않거나 문화생활을 포기하는 등 '반드시 필요한' 소비 외의 지출을 줄여나간다. 삶의 질을 나타내는 대표 지표인 엥겔지수는 지난해 12.86%로 2000년(13.2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하지만 원래부터 빠듯하게 살림을 꾸려오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더이상 남은 선택지가 없는 이들에게 물가가 오른다는 건 생존의 문제다. '살인 물가'라는 표현이 괜히 생겨나는 게 아니다. 특히 소득이 낮을수록 소비·지출에서 생필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물가 상승으로 인한 충격은 더 커진다.

물가는 공평하지 않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부담과 고통을 모두가 똑같이 느낄 수 없다는 말이다. 실제로 한국경제연구원이 2018~2019년과 2020~2021년의 체감물가 변화를 소득분위별로 살펴본 결과, 소득 하위 20%의 체감 물가 상승률이 소득 상위 20%보다 1.4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식재료와 생필품, 외식 가격 인상에 따른 비용 부담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이들에게 집중된다.

워렌 버핏과 함께 투자계의 전설로 불리는 찰리 멍거 버크셔 헤서웨이 부회장은 지난 2월 “과도하면 문명을 망칠 수도 있다”며 인플레이션을 핵전쟁에 비유했다. 물가는 그만큼 무섭다. 빠르게 오르는 물가는 사람들의 삶을 위협하고 나아가 사회 전반에 해악을 입힌다.

물가가 고공 행진을 이어가는 요즘, 누군가는 사치를 줄이고 저렴한 것으로 바꾸면 그만이다. 하지만 남은 선택지가 없는 누군가는 생계에 위협을 느낀다. '소리없는 도둑' 인플레이션이 '강도'로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체감 가능한 물가 대책이 시급하다.

고현솔 기자
고현솔 기자
저작권자 © 퍼블릭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