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대법원 판결 후 금융권 첫 소송
"임금 깎였는데 현업 업무 그대로"
국책은행 등으로 번질 가능성 높아져

전국금융산업노조 KB국민은행지부가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KB국민은행 신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고현솔 기자]

KB국민은행의 전·현직 직원 40명이 임금피크제로 부당하게 삭감된 임금을 지급하라며 회사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5월 대법원의 '합리적 이유 없는 임금피크제는 무효' 판결 이후 금융권에서 진행되는 첫 소송이다.

금융권은 이번 소송을 시작으로 은행권 전반에 임금피크제 관련 법적 공방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비교적 임금피크제 적용 비율이 높은 국책은행이나 금융공기업 위주로 소송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국금융산업노조 KB국민은행지부(이하 국민은행 노조)는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KB국민은행 신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임금피크제로 인해 삭감된 임금을 지급하라는 취지다.

국민은행 노조는 지난 5월 대법원의 결정을 이번 소송의 배경으로 제시했다.

당시 대법원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만을 핑계로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 위반에 해당해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와 함께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조치의 도입 여부와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해 사용됐는지 등 임금피크제의 효력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4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국민은행 노조는 "노사는 지난 2008년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삭감된 임금만큼 업무량을 조율하기로 했다"며 "이를 위해 임금피크제 적용 직원의 직무 배치 시 '관리 또는 관리담당' 등 후선업무에 국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러나 적지 않은 직원들에게 현업 업무가 그대로 부여되고 있다"며 "이는 근로기준법상의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소송은 임금피크제 자체가 무효라는 판결을 구하는 기존 소송과는 다르다"며 "국민은행의 임금피크제가 현행법의 테두리 안에서 운영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류제강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이날 "임금피크제 진입 전후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133명의 직원 중 입증 근거가 명확하고 참여 의사가 있는 40명이 이번 소송에 참여한다"며 "추가로 소송을 원하는 직원이 생길 경우 입증 가능성 등을 고려해 2차, 3차 소송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아직 소장을 송달받지 못한 상황"이라며 "추후 원고들의 주장을 법리적으로 검토한 후 소송절차 내에서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이번 소송을 기점으로 은행권 전반에 임금피크제와 관련된 소송이 번질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희망퇴직이 상시화된 시중은행에 비해 임금피크제 적용 비율이 높은 국책은행과 금융공기업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은행과 산업은행의 시니어노조는 대법원 판결 이전부터 임금피크제로 인한 임금 삭감분을 반환하라는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박한진 금융노조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해 "국민은행지부를 시작으로 금융노조 산하 다른 지부들과 함께 소송 등을 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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