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미술시장의 거점으로 부상한 한국
포스트 홍콩 자리 두고 싱가포르·일본과 3파전

프리즈 서울에서 애콰벨라 갤러리즈가 전시한 앤디워홀의 'Troy(트로이)‘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들/ 팝아트의 선구자 앤디워홀은 유명 배우의 사진·공산품 등과 같이 대중에게 익숙한 이미지를 차용하여 예술로 끌어들이고자 노력했다.[사진=권미나 기자]
프리즈 서울에서 애콰벨라 갤러리즈가 전시한 앤디워홀의 'Troy(트로이)‘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들/ 팝아트의 선구자 앤디워홀은 유명 배우의 사진·공산품 등과 같이 대중에게 익숙한 이미지를 차용하여 예술로 끌어들이고자 노력했다.[사진=권미나 기자]

세계 3대 아트페어 중 하나인 '프리즈(Frieze)'가 아시아에서 처음 선보인 프리즈 서울(Frieze Seoul)’과 국내 최대의 미술장터인 '키아프 서울(Kiaf SEOUL)', 그리고 올해 새롭게 선보인 키아프 플러스(Kiaf PLUS)가 지난 주 막을 내렸다.

아트페어에 참여한 국내외 갤러리만 약 350여 곳에 이르고, 두 아트페어에는 각각 총 7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방문했다. 주최측은 아트페어 특성상 사전·사후 판매가 이어져 정확한 집계가 어렵다는 이유로 작품 거래액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지만 미술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프리즈 서울은 6천억원, 키아프 서울은 역대 최고 판매액이었던 지난해(650억원)의 기록을 약간 웃도는 700억원 내외로 추정하고 있다.

프리즈와 키아프의 공동 개최로 해외 유명 미술관 관장과 큐레이터, 갤러리스트들이 대거 방한했으며 세계 미술 시장을 주름잡는 슈퍼 컬렉터들은 전용기를 타고 서울로 집결했다.

프리즈 서울에서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1980년대 작품을 중심으로 개인전을 꾸민 카스텔리 갤러리의 전시전경/로이 리히텐슈타인은 대중적인 만화를 작품의 소재로 사용했으며 강렬한 색채와 두꺼운 윤곽선, 인쇄물을 확대할 때 생기는 망점 등이 작품의 특징이다.[사진=권미나 기자]
프리즈 서울에서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1980년대 작품을 중심으로 개인전을 꾸민 카스텔리 갤러리의 전시전경/로이 리히텐슈타인은 대중적인 만화를 작품의 소재로 사용했으며 강렬한 색채와 두꺼운 윤곽선, 인쇄물을 확대할 때 생기는 망점 등이 작품의 특징이다.[사진=권미나 기자]

세계 3대 경매회사도 참여했다. 크리스티(Christie's)20세기 영국 표현주의 회화의 거장 프랜시스 베이컨과 초현대미술의 대표주자 아드리안 게니의 작품 16점을 선보이는 특별 기획전 ‘육체와 영혼: 베이컨/게니’를 서울 분더샵 청담에서 개최했다. 출품작 전체의 평가액만 약 44000만달러(5800억원)를 호가하는 미술관급 대규모 전시로 1995년 서울사무소를 연 이래로 크리스티가 경매 목적이 아닌 특별 전시를 기획해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필립스(Phillips) 옥션은 더 아티스트 룸과 함께 '뉴 로맨틱스(New Romantics)' 전을 개최했다. 아니아 홉슨, 캐서린 번하드, 헤르난 바스, 다나 슈츠 등 영국을 포함한 다양한 국가에서 활동하는 신진 및 중견 예술가들이 낭만주의에 대해 재해석한 전시다.

소더비(Sotheby's)는 이르면 10, 20년 만에 다시 서울사무소를 연다.

크리스티에서 선보인 프랜시스 베이컨의 ‘교황을 위한 습작 I’ 1961 /프랜시스 베이컨은 인간 내면의 고통과 존재적 불안감을 강렬하고 역동적인 붓질로 표현한 작가로 '교황을 위한 습작 I'은 바로크 회화의 거장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교황 이노센트 10세의 초상'을 재해석한 작품이다.[사진=크리스티]
크리스티에서 선보인 프랜시스 베이컨의 ‘교황을 위한 습작 I’ 1961 /프랜시스 베이컨은 인간 내면의 고통과 존재적 불안감을 강렬하고 역동적인 붓질로 표현한 작가로 '교황을 위한 습작 I'은 바로크 회화의 거장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교황 이노센트 10세의 초상'을 재해석한 작품이다.[사진=크리스티]

영향력 있는 국제 미술 관계자들의 한국 방문은 아시아 미술시장의 허브였던 홍콩의 위상이 낮아지면서 한국이 그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홍콩은 중국 시장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미술품 거래세율(면세 또는 0.5%)이 낮으며 뛰어난 금융 인프라와 세계 3대 아트페어 중 하나인 아트바젤(Art Basel)이 아시아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홍콩을 선택하면서 아시아 미술시장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하지만 민주화 운동으로 인한 정치적 불안과 치안이 나빠지면서 외국계 갤러리들이 떠나기 시작했으며 코로나19로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그에 반해 한국은 미술시장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베이징·상하이·홍콩·도쿄 등의 세계적인 도시와 접근성이 좋으며 음악·영화·드라마 등 문화와 관련된 트렌드를 이끌면서 세계적인 컨텐츠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프리즈가 아시아 시장의 첫 출범지로 한국을 선택하고, 타데우스 로팍·리만머핀·페이스·페로탕 등의 해외 유명 갤러리들이 국내에 지점을 개설하고 확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키아프 서울에서 갤러리 신라가 선보인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바나나('코미디언') 패러디. 그의 작품은 2019년 아트바젤 마이애미(Art Basel Miami)에서 1억원이 넘는 금액에 팔리며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개당 35달러에 판매하는 바나나를 구매하면 바나나의 예술적 가치 형성에 동참했기에 보증서도 받을 수 있다.[사진=권미나 기자]
키아프 서울에서 갤러리 신라가 선보인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바나나('코미디언') 패러디. 그의 작품은 2019년 아트바젤 마이애미(Art Basel Miami)에서 1억원이 넘는 금액에 팔리며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개당 35달러에 판매하는 바나나를 구매하면 바나나의 예술적 가치 형성에 동참했기에 보증서도 받을 수 있다.[사진=권미나 기자]

경쟁 국가인 싱가포르와 일본도 홍콩의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글로벌 아트페어 개최를 알리며 아시아 미술시장의 왕좌를 노리고 있다.

싱가포르는 내년 1월 국제 아트페어 아트SG를 개최하고, 소더비는 지난 8월 리젠트 호텔에서 라이브 경매를 열며 15년만에 싱가포르 재진출을 본격화했다. 경제대국 3위이자 세계적인 작가들을 많이 보유한 일본은 내년 7월 도쿄 겐다이(東京現代)를 창설한다.

한편 아트바젤이 글로벌 금융그룹 UBS와 공동으로 지난 5월에 발표한 아트마켓 2022’ 보고서에 따르면 전후 현대미술(Post War&Contemporary Art) 부문에서 한국이 시장점유율 5(2%)에 이름을 올렸다. 그동안의 연간 리포트에서 '기타국가'로 포함됐던 한국이 5위로 그래프에 단독 언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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