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국왕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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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이 전 세계로 중계되었다. 국내외 각계 정상이 여왕의 장례에 애도를 표했다. 영국의 타임스지는 군주제를 구제한 여인으로 엘리자베스 여왕을 묘사했다. 하지만 여왕이 만년에 마주한 것은 내우외환의 영국이다.

최근 BBC는 영국이 직면한 국내외 7대 도전을 언급했다. 에너지 가격 폭등이 예상되는 올겨울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의 문제, 코로나 19 이후 영국의 의료제도 NHS(National Health Service)의 부담 가중 문제,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해야 하는지의 문제, 당수 선거로 사분오열된 집권 보수당의 단결 문제, 스코틀랜드의 독립에 관한 국민투표 재요구 문제. 브렉시트로 조성된 북아일랜드 문제,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제로 실현 문제가 이들이다. 더욱이 사회 분야의 상황도 안 좋기는 마찬가지다. 영국 식품재단(The food foundation)이 올해 5월에 조사한 보고에 따르면, 사회복지예산이 대폭 감소 된 결과 약 13.8%의 영국의 가정에 식량 위기가 발생했으며, 7명의 영국 성인 중 한 사람은 하루 세 끼를 먹지 못한다고 조사 되었다. 게다가 어린이의 빈곤층은 30%에 달한다는 보고서도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오늘날의 영국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필자의 진단에 의하면 크게 두 가지다. 신자유주의 노선 견지와 제국주의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영국병이다.

신자유주의는 마거릿 대처 총리로 대표된다. 그녀는 정부 축소, 민영화, 기업 감세, 경쟁 촉진 등 우파정책을 통해서 영국의 병을 극복했다고 주장하지만, 필자는 이러한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 대처는 19791990년까지 12년간 영국의 총리로 재직했다. 사실 그녀가 사임한 이후 지금까지, 보수당과 노동당이 번갈아 집권했지만, 대처가 짜놓은 신자유주의 노선에서 크게 멀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신자유주의의 구체적 주장은 무엇인가, 첫째, 국영사업을 민영화한다, 둘째, 규제와 감독을 대폭 완화한다, 셋째, 사회복지 예산을 감소하고, 넷째, 노동 시장을 유연화한다. 이 네 가지가 기실 오늘의 영국을 있게 했다. 이들 대부분은 사실 자본가와 기업의 이익을 지나치게 보호하는 조치들이다.

원래 국영이었던 석탄, 가스, 전신, 항공, , 전기, 석유 등의 공기업은 대처가 집권한 이후 일률적으로 민영기업으로 변했다. 여기에 더하여 사회복지예산을 대폭 감소하여 오늘날 대량의 빈곤층이 출현할 기반을 조성했다. 무엇보다도 대처 총리는 사회복지 분야의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이미 총리가 되기 전 교육부 장관 시절에 교육예산지출을 대폭 삭감하여, 당시 아동에게 제공되던 무료 우유 급식도 끊어 버렸다. 과거 영국에서의 대학 등록금은 무료였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기치 아래 진행된 결과, 현재 영국의 1년간 대학의 순수 학비만 따져도 한국 돈으로 천 5백만 원 이상 든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영국의 대학생은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6천만 원가량의 학자금 대출이 빚으로 남는다. 어떤 이는 평생 갚지 못한다.

규제 완화도 문제였다. 민중에 대한 규제와 통제를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였다. 부자에 대한 감세, 자본가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다. 특히 금융 분야에서의 결과는 끔찍했다. 2008년 미국에서 발생한 금융 위기 이후, 영국의 주가는 폭락하고, 다수의 은행이 문을 닫았으며, 만성적인 저임금으로 가난한 사람은 점점 더 많아졌다. 결국 대처 총리의 금융 자유화는 결국 영국 파운드와 부동산 성장을 자극했고, 이득을 얻는 쪽은 기업가였다. 일단 돈이 금융업, 부동산에 몰리면 한 나라의 장기적 발전에 매우 불리하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고 하겠다.

노동 시장의 유연성도 그렇다. 유연성이라는 명분으로 고용주는 노동자에 대한 해고를 편리화했다. 기업주는 가능한 정규직 노동자를 채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각종의 파견 노동, 임시적·일시적 노동, 외주 노동, 계약직 노동, 시간제 노동 등 비정상적 취업이 대량으로 전환되었다. 결국 노동 시장 유연화라는 명목으로 신자유주의를 추진한 결과, 노동자는 아침에 저녁 일을 보장받을 수 없는 생존 상태에 처하게 되고, 전체사회는 더 불평등해졌다.

두 번째로 영국은 제국주의 병을 아직도 앓고 있다. 습관이란 그만큼 무서운 것이다. 세 살 버릇 여든 가듯이 과거 제국에 대한 자부심이 지나치다. 아직도 자신을 '대영제국'으로 여기며, 국제 문제에 개입하려는 관성이 크게 작용한다. 허황한 제국의 영광을 위해, 대처 이후의 영국 정부는 자유의 이름으로, 정부가 부담해야 할 공공책임을 포기했다. 실제로 대영제국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이미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때부터 영국은 마음은 있지만, 힘이 따르지 않는 상태에 접어들었다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런데도 역대 국방예산은 낮아지지 않았다. 2021년의 국제평화연구소(Stockholm International Peace Research Institute, SIPRI)에 통계에 따르며, 영국의 국방예산은 684억 달러다. 미국, 중국, 인도 다음이다. 이는 독일의 560억 달러보다, 프랑스의 566억 달러보다 120억 달러 이상이 많다. 이렇게 높은 국방예산이 과연 필요한가? 만약 영국이 마주한 외부의 적이 있다면, 그나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명확히 드러나는 영국의 적은 없다. 그러므로 영국이 그 국방예산을 독일 정도만 유지했다면, 현재 영국에서 발생하는 사회복지, 사회공공주택, 중소기업보조, 교육 문제도 어느 정도는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영국은 대영제국의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장기간 높은 군사비를 유지했다.

영국외교의 위치 선정도 문제다. 철저하게 원교근공을 채택했다. 단지 미국 간의 특수 관계만 추구하여 유럽을 홀대하는 태도를 취했다. ‘미국의 푸들이라는 말은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대처의 유명한 발언은 유럽에 대한 영국의 태도를 더 잘 설명해 준다. “내 일생 중, 모든 문제는 유럽대륙에서 왔다. 하지만 모든 해결방안은 세계 각지의 영어권 국가에서 왔다.”

인도는 1947년까지 약 200년 동안 영국의 직간접 식민지배를 받았다. 올해 국제통화기금(IMF)에 의하면, 한때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가 영국을 제치고 세계 5위의 경제 대국으로 올라섰다고 한다. 반면 영국은 세계 6위의 경제 규모로 하강했다. 이러한 즈음 대영제국의 마지막 상징인 엘리자베스 2세가 리즈 트러스Liz Truss)에게 총리 임명장을 수여하고 난 뒤 며칠 만에 영면에 들었다.

트러스 신임 총리는 철의 여인(Iron Lady)’으로 불리는 마거릿 대처를 롤모델로 삼는다고 한다. 곧 감세와 기업 경쟁력 강화, 정부 효율화 등 자유주의 경제개혁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스코틀랜드 독립 시도,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외교·안보에 대해서도 양보 없는 강수로 대처할 것이다. 마치 대처 전 총리가 1982년 아르헨티나와 포클랜드 전쟁을 시작했듯이 말이다. 트러스는 존슨 총리의 뒤를 이어받고 있다. 미국 일변도 노선을 취하며, 우크라이나를 더욱 강력하게 지원하고, 홍콩의 인권과 자유 수호, 대만의 안보를 유지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는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긴장 관계를 증폭시킨다.

무엇보다도 트러스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눈앞의 민생이라는 난관을 어떻게 극복하는가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조성한 에너지 가격 폭등, 이로부터 영향받은 통화팽창, G7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는 경제성장은 장기 쇠퇴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외교정책도 힘겹기는 마찬가지다. 전쟁터에서 사병이 장군의 말머리를 보고 진퇴를 결정하듯이 과거 영국은 모든 것을 미국의 뒤만 따랐다. 그러나 브렉시트 이후, 유럽연합과의 복잡한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 이는 대서양 연맹의 단결과도 관련되어 있다. 아울러 신냉전이라는 안개가 자욱한 상황에서 어떻게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잘 처리하는가도 트러스 정부가 직면한 외교적 도전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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